삼천당제약 대표 전인석 씨가 2,500억 규모의 지분 매도 공시를 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가가 반토막 났습니다. 저도 이 뉴스를 접하자마자 코로나 시절 제약주로 당했던 기억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그때도 똑같은 냄새가 났는데, 이번에도 그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서 한 번 짚어보려 합니다.
소송전으로 번진 주가폭락, 회사 대응의 문제
삼천당제약이 주가폭락 이후 취한 행동이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회사 홈페이지에 팝업 공시를 연달아 올리고, 소규모 유튜버와 애널리스트를 상대로 소송을 예고하는 방향으로 대응했습니다. 이걸 보면서 저는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시가총액이 한때 30조 원에 육박했던 회사가 개인 블로거 한 명과 법적 공방을 벌인다는 게 어떻게 비춰질지, 대표 본인은 생각해봤을까 싶었습니다.
여기서 IR(Investor Relations)이란 기업이 투자자와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IR의 기본은 '실체로 증명하는 것'인데, 지금 삼천당제약의 대응은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시장 참여자들이 "왜 저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라는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효과만 낳고 있습니다.
실제로 R&D(연구개발) 인력 현황을 보면 상황이 더 구체적으로 보입니다. R&D란 신제품·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 및 실험 활동을 뜻하는데, 삼천당제약의 R&D 인력은 35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쟁사인 알테오젠이 127명, ABL바이오가 84명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합니다. 더불어 연구개발 비용도 156억 원으로, 알테오젠 608억, ABL바이오 930억과는 수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런 수치들이 공개된 상황에서 블로거나 애널리스트의 의문 제기를 소송으로 막으려 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게 오히려 시장에서 '실체 없음'의 신호로 읽힐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테슬라가 숱한 회의론에 시달릴 때 일론 머스크가 공장에서 먹고 자며 실적으로 답했던 것처럼, 결국 숫자로 증명하는 길 외에는 없습니다.
삼천당제약이 지금 처한 상황을 핵심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지분 매도 공시 이후 주가 급락, 시총 약 15조 원 증발
- R&D 인력 35명, 연구개발비 156억으로 동종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
- 소규모 유튜버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 상대 소송 예고로 여론 악화
- 매도 기한 약 20일을 앞두고 주가 반토막, 상속세 납부 여력 급감
코로나 시절부터 이어진 바이오주의 패턴
저도 코로나 시절 제약 관련주에 물려본 경험이 있어서, 이런 뉴스가 나오면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당시 셀트리온은 액면분할 이후 비유테크놀로지라는 회사를 파생시켰고, 그 주식이 제 계좌에 들어왔습니다. 지금도 동전주가 되어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채로 계좌 한 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다이소에서도 안 팔 물건입니다.
흥미로운 건 삼천당제약 자체도 비슷한 전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당시 백신 개발 호재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독감 백신도 없는 회사가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다"는 업계 의구심이 쏟아지면서 해명공시를 무려 7번이나 냈습니다. 결국 유야무야 됐고, 이번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이슈에서도 패턴이 유사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란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으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을 인정받은 제품을 뜻합니다. 삼천당제약이 내놓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는 황반변성 치료에 쓰이는 안구 주사제입니다. 제가 실제로 이 약품을 헤비하게 사용하는 입장이라 제품 자체의 가격 경쟁력은 체감하고 있습니다. 노마진에 가깝게 공급되는 느낌이라 쓰지 않을 이유가 없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국내 바이오 주식 시장의 역사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의 임상 성공률은 글로벌 평균에 비해 낮고, 기술이전(L/O, License-Out) 계약이 체결됐다가 반환되는 사례도 반복되어 왔습니다. 기술이전이란 제약사가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의 권리를 다른 회사에 양도하고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받는 방식인데, 이 계약이 깨지면 주가는 곧바로 직격탄을 맞습니다(출처: 한국바이오협회).
신풍제약, 박셀바이오 등으로 제가 직접 휘청거렸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변동성이 큰 제약주에는 손을 잘 안 대는 편인데, 지금 이 장에서 연기금까지 동원된 듯한 상승세를 만들어놓고 대표가 지분을 처분하려는 구도는 솔직히 불편하게 읽힙니다. 공매도 세력이 파도를 치기 전에 개인 투자자들이 먼저 익사하는 구조, 저 같은 마이크로 개미는 그 파도 앞에서 너무 작습니다.
결국 지금 시점에서 삼천당제약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하나로 좁혀진다고 봅니다. 매도 공시 취소 선언입니다. 그 한 마디가 지금의 모든 소송전, 해명공시, 기자간담회보다 훨씬 강력한 시그널이 될 것입니다. 자신 있다면 그렇게 하면 됩니다. 그게 아니라면 시장은 이미 결론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투자는 결국 각자의 판단이고 책임입니다. 수싸움에서 줍줍 타이밍을 기다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지금 이 종목 근처에는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하에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