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클래리티 법안 합의 난항 (지이어스 법안, 디지털자산 크립토, 규제)

prettysjun 2026. 3. 16. 20:29

솔직히 저는 작년 9월부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주워담으면서 클래리티 법안이 당연히 통과될 거라고 막연하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담을 때마다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합의 난항 소식만 들려오면서 제 계좌는 열어보기도 무서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규제 명확화는 시장에 호재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투자자로서 겪어보니 그 '명확화'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3월 1일 백악관이 제시한 데드라인마저 지켜지지 않으면서 2026년 통과 가능성까지 불투명해진 지금, 제가 왜 이 법안을 다시 정리하게 되었는지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클래리티 법안

지니어스 법안과 클래리티 법안, 왜 동시에 논의되나

두 법안을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 디지털 자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알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SEC(증권거래위원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라는 두 규제 기관이 서로 관할권을 주장하며 충돌해왔습니다. 여기서 SEC란 주식이나 채권 같은 증권을 감독하는 기관이고, CFTC는 원유나 금 같은 상품 거래를 관리하는 곳입니다. 쉽게 말해 비트코인이 증권인지 상품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겁니다.

지니어스 법안(Stablecoin GENIUS Act)은 2025년 7월 하원을 통과한 미국 최초의 스테이블코인 전용 법안입니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달러나 국채 같은 안정 자산에 1대1로 연동시킨 디지털 토큰을 의미합니다(출처: 한국은행 경제용어사전). 테더(USDT)나 서클(USDC) 같은 코인이 대표적이죠. 이 법안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 발행 주체를 은행이나 연방정부 승인 기관으로 제한
  • 발행량만큼 실물 달러나 미국 국채를 100% 보유 의무화
  •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이자 지급 금지

제가 처음 이 법안을 접했을 때는 '이 정도면 합리적인 규제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투자하면서 보니, 세 번째 조항인 이자 금지 조항이 얼마나 큰 쟁점인지 알게 됐습니다. 코인베이스 같은 거래소들은 스테이블코인을 맡기면 연 4~5%의 보상을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거든요. 2025년에만 코인베이스가 이 프로그램으로 약 1조 8천억 원을 벌었다는 추정이 나올 정도입니다.

클래리티 법안(Digital Asset Market Structure Act)은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디지털 자산의 규칙을 정하는 법안입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XRP) 같은 수천 개의 코인을 어떻게 분류하고 누가 관리할지 결정하는 거죠.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을 세 가지로 나눕니다.

첫째,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입니다. 특정 주체가 전체 공급량의 20% 미만을 보유한 탈중앙화된 코인이 여기 해당하며, CFTC가 담당합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대표적입니다. 둘째, 투자계약자산(Investment Contract Asset)입니다. 아직 개발 중이거나 특정 프로젝트팀이 운영하는 코인으로, SEC가 증권법을 적용합니다. 셋째,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은 앞서 설명한 지니어스 법안이 다룹니다.

제가 9월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 분류 때문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두 자산은 디지털 상품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법안 통과가 계속 미뤄지면서 '가능성'은 여전히 '가능성'으로만 남아있고, 제 투자금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왜 은행과 크립토 업계가 충돌하는가

법안이 이렇게 난항을 겪는 진짜 이유는 돈의 흐름 때문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CEO는 스테이블코인에 이자 지급이 허용되면 "수조 달러가 은행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공개 경고했습니다. 전통 은행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간단합니다. 고객 예금을 받아 낮은 이자를 주고, 그 돈을 기업이나 개인에게 높은 이자로 빌려주는 겁니다. 여기서 예대마진(Loan-Deposit Spread)이란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의 차이를 의미하며, 이것이 은행의 주요 수익원입니다.

그런데 만약 코인베이스가 스테이블코인에 연 4~5%의 보상을 합법적으로 제공할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 예금 금리가 1~2%에 불과한 상황에서 고객들은 당연히 더 높은 수익을 주는 쪽으로 이동합니다. JP모건, 웰스파고 같은 대형 은행들이 2025년에만 로비 자금으로 약 800억 원을 쏟아부은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출처: OpenSecrets).

반대편 진영도 만만치 않습니다. 크립토 업계 슈퍼팩(Super PAC) 페어쉐이크(Fairshake)는 약 2,700억 원의 정치자금을 모았습니다. 여기서 슈퍼팩이란 미국 선거법상 무제한 정치 기부금을 모아 특정 정책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 조직을 말합니다.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은 이자 제한 조항 때문에 클래리티 법안 지지를 철회했고,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크립토 업계를 향해 "방해꾼들은 엘살바도르로 가라"는 독설까지 내뱉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대립을 단순히 '구세대 vs 신세대' 싸움으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시장을 지켜보니 이건 금융 패권을 놓고 벌이는 전쟁이더군요. 백악관이 3월 1일까지 합의안을 내놓으라고 데드라인을 박은 것도 이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줍니다. 결국 2월 28일 상원 은행위원회가 마크업(법안 수정 절차)을 또다시 연기하면서 3월 1일 데드라인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논의 중인 타협안은 이렇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가만히 보유만 하는 것으로 이자를 주는 건 금지하되, 실제 거래나 사용에 따른 보상은 허용하자는 겁니다. 은행 예금처럼 넣어두기만 해도 이자가 붙는 구조는 막되, 신용카드 포인트처럼 쓸 때마다 적립되는 방식은 인정하자는 거죠. 솔직히 이 구분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폴리마켓(Polymarket) 예측시장 데이터를 보면 2026년 내 법안 통과 확률이 80%에서 50%대로 급락했습니다. 여기서 폴리마켓이란 실제 돈을 걸고 미래 사건의 발생 여부를 예측하는 탈중앙화 플랫폼으로,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 지성을 반영한다고 평가받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예측시장 수치는 여론조사보다 시장 심리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11월에 미국 중간선거가 있습니다. 선거 시즌에 들어가면 정치인들은 논란 있는 법안에 손대기를 꺼립니다. 결국 올여름 전에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 2026년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코인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정치인들이 4월까지 이 법안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는데, 그렇다면 제가 믿고 투자한 '규제 명확화 호재'는 한참 뒤로 밀리는 겁니다.

 

저는 지금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계좌를 열어보지 않고 있습니다. 열어봤자 시퍼런 숫자만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번 정리 작업을 하면서 조금 평정심을 되찾았습니다. 법안 통과가 지연되는 건 제 투자 판단이 틀렸다기보다, 기존 금융 시스템과 새로운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서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이해하게 됐거든요.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건 공포에 떨 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빗발치는 악재 속에서도 팩트를 정리하고 구조를 이해하려는 노력 자체가 제게는 위안이 됐습니다. 클래리티 법안이 4월까지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면 올해 통과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의 규제 명확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입니다. 각 업계가 조금씩 양보해서 상생하는 길을 찾길 바라며, 저는 지금 제 포지션을 유지할 생각입니다. 알트코인이 나락 가는 동안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버티고 있다는 건, 어쩌면 시장이 이미 답을 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DlH8i-kpZ8